발소리

빗소리가 들린다. 아니, 발소리일까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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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 달 전, 절친이 죽었다. 교통사고였다.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. 나는 그날 울었다. 그 다음 날도 울었다. 모레, 더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. 친구의 장례식에 나는 인공눈물을 들고 가야 했다. 눈물도 없는 비정한 애로 보이기는 싫었다.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. 그러니, 이건 괜찮다.

나는 친구의 관 앞에서 인공 눈물을 흘려 넣었다.

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. 너무나 지루했다. 웃으면 안됐다. 절친이 죽었는데, 웃음이 나오는 아이는 다들 꺼려할 것이다. 그래서 나는 쉬는 시간에도 엎드려 있어야 했다. 수업시간에도 멍하니 있어야 했다. 점심시간, 담임선생님이 나를 부르셨다. 요즘 힘든 거 안다고. 괜찮다고. 이제 잊어도 된다고.

역겨웠다.

그래서 한 번 빙긋이 웃어주었다. 담임선생님의 당황한 표정이 볼 만했다. 이러면 안되겠지만, 그동안 잘 참았잖아? 한 번의 실수정도는 이해해줘야지.

빗소리가 어쩐지 묵직하다.

나는 반에서 완벽한 반장이다. 집에서는 착한 딸이다. 다른 친구들한테도 완벽한 친구였을 것이다. 그 애한테는 아니였다. 그래봤자, 딱 한번 실수한건데.. 뭐, 어때. 이제 없다.

빗소리 속에 찰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.

그 애가 죽기 1주 전, 우리는 크게 싸웠다. 그 애는 내가 소름 끼친다고 했다. 나는 화가 정말, 정말 많이 났다. 다음날, 그 애는 나에게 사과했다. 나는 받아주는 척 했다. 나는 완벽한 친구니까. 물론, 진짜 용서한 건 아니였다. 그런 심한 말을 하고 고작 사과 한 마디라니, 장난해?

빗소리 속에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온다.

사실, 그 애는 내 바로 앞에서 죽었다. 발이 꼬여 차도 쪽으로 넘어진 거였다. 운도 나빠라.

발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는다. 어쩌면, 기다리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.

나는 심폐소생술을 했다. 구급차를 불렀다. 밤낮으로 울었다. 장례식에 갔다. 이 정도면, 용서해 줘야지. 나는 그 애를 밀지 않았다. 그냥 살짝, 아주 살짝, 발을 내밀었을 뿐이다.

문 앞에서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.

한번쯤은,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. 괜찮다. 사과하면 된다. 그러면 모두 되돌릴 수 있다. 문손잡이를 잡았다. 열고 사과할 것이다. 그 애는 늘 착했으니까 받아줄 것이다. 아직 바로잡을 수 있다. 없던 일로 하고, 다시 둘도 없는 친구가…

빗소리는 멈춘 지 오래고, 열린 문 앞에는 아무것도 없다. 비가 멈춘 하늘에는 구름 대신 햇빛이 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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